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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5일 밤 늦은 시간에 아무 생각없이 업데이트를 눌렀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한 번의 실수가 29일 새벽 지금까지 데이터를 복구하는 일의 시작이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괜찮았다.

"뭐 내일 다시 확인해보면 되지뭐~ "

 

다음날, 일을 하기 전 간단히 끝날거라고 생각했던 복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파티션이 깨져 데이터 유실의 가능성이 컸다.

백업을 위해 부랴부랴 2테라의 외장하드도 사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애플 상담사분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파티션 자체가 나갔다면 어쩔수 없다고, 대신 맥에서 맥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이 있으니 그 방법을 참고해보라고 했다.

 

내 주변엔 맥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

그 중에서도 찾아찾아 세 가지 맥에 연결하였지만 첫 번째는 M1이라 호환이 되지 않아 불가능했고, 두 번째는 OS 버전이 달라서 (Mojabe였고 버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공공 iMac이었음) 불가능했고, 셋 째는 썬더볼트 단자가 없어(2015년 이전 맥) 불가능했다.  

 

육체적으로도 왔다갔다 하며 힘들었지만, 슬슬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력해지고, 우울해졌다.

내가 1년간 만들어낸 것들.

유튜브와 개발 소스, 정부지원사업

그리고 사진들까지.

참 웃긴 일인데, 핸드폰에서는 지웠지만 맥의 사진 앱 안에는 전여자친구의 사진이 아직 남아있다.

지우기 귀찮다는 핑계로 갖고있었을 터였는데, 그게 사라진다는 것이 몸서리쳐질정도로 힘들더라.

지울때 내 손으로 지우더라도 이렇게는 싫었다.

 

참, 운도 나쁘게도 안되는 케이스를 모두 다 경험했다.

더이상 스트레스를 받기 싫고, 업무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에 맥을 중고로 구입하기로 했다.

맥북프로 2018년 기본형을 74만원에 당근마켓을 통해 구했다.

송도에 가서 받아왔는데, 좋은 분이셔서 원래 76만원에서 2만원을 깎아주셨다.

상태도 최상급이어서 좋았다.

 

맥과 맥을 연결했다.

드디어 성공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 원래 맥의 파일에 암호가 걸려있다.

이 암호를 풀려면 1. 암호복구 키를 저장해뒀어야한다. 2. 환경설정에서 암호화를 풀어야한다.

 

암호화가 되어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1이 있을리가 없다.

2는 불가능했다. 부팅 자체가 안됐으니까.

그렇게 또 데이터 복구의 꿈은 멀어져갔다.

정말 정신이 피폐해졌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다 포기하고싶어졌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애플 상담을 요청해 현재 현상을 전부 설명했다.

메신저로 상담을 하다, 안되겠는지 선임 상담사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외장 하드에 OS를 깔아서 환경설정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또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 했으나.

아무 문제가 없을 듯한 외장 하드의 OS의 설치조차 계속 오류가 났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왜 안돼. 해달란대로 다 했잖아. 말좀 들어.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무슨 NVME 초기화라는 것을 했다.

command + option + r + p 라는 어려운 커맨드였는데 정신줄 놓고 이걸 하고 나니

그제서야

"이 방법은 데이터 초기화를 하는 방법입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아..... 좆됐구나.

내가 결국 이 데이터를 그대로 날렸구나.

내 소중했던 시간들이 그저 한낱 먼지가 되어버렸구나.

자책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다, 결국은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말 웃긴건, 그런 와중에도 OS의 설치가 실패했다.

 

이제는 더이상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기본 복구 모드로 한 번 더 외장하드에 OS를 설치해봤다.

.....된다.

명확한 단계에 따라 된 게 아니라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은 격이었다.

그렇다 나는 소였다.

바로 '흑우'라는 소.

 

아직도 데이터를 옮기고 복구하는 중이다.

이번 3일간 참 많은 스트레스와 감정을 느꼈다.

... 내 지난 날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을 또 따로 가져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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